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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 진정한 과학자의 당근버리기(KRIBB 캠퍼스, 시스템생명공학, 류충민 교수)

작성자UST STORY  조회수2,788 등록일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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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과학자를 꿈꾸는 시골 소년이 있었다. 그런 소년을 위해 아버지는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월간과학’ 정기 구독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 시절 흔히 보기 어려웠던 과학 잡지를 읽기 시작한지 10년. 주홍빛 선명한 ‘월간과학’은 시골소년을 과학자로 이끌어 주었고, 이제 자신과 같이 과학자의 꿈을 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의 길을 걷도록 해주었다. 어린 아들의 꿈을 먼저 생각해주었던 아버지의 관심과 노력으로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소년. 바로 류충민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어렸을 적부터 식물을 많이 접하게 되었어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식물과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되었죠. 지금은 식물하고 미생물하고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생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아요.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예요. 병에 걸리면 비슷하게 면역반응도 나타나고, 심할 경우에는 죽기도 하니까. 농작물이 왜 병에 걸리는지, 안전하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농작물 생산이 가능한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0년 ‘과학과 영화’라는 강의로 우수강의상을 받은 류충민교수는 이번학기 ‘실험방법론’이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실험방법을 접해봄으로써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연구가 가능하도록 최신기술을 쉽게 습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한다. “책과 현장은 차이가 많이 나죠. UST는 기업과 학교의 중간쯤이라고 할까요. 현장적응 기술 등 실용적인 기술을 바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모험과 도전의식이 강하다며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는 특히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미국의 생활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학생과 교사는 수직적인 관계라기보다는 같은 시간, 순간을 살아가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라는 곳이 지식을 배우는 곳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 자체가 대단한 인연이잖아요. 학교라는 곳이 꼭 지식을 전달한다기 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나누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류충민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다. 일주일에 논문 한 편 읽기, 아침 8시까지 등교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 갖기. 이 세가지 중 아침 8시까지 등교하는 것을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류충민 교수는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이 성실함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야기 한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한 시간을 학생과 일대일 개인 면담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읽은 논문이나 실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만 아무래도 학생들 개개인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을 들어주는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사이로 거듭나게 된다.

“2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밤11시가 넘은 시간인데 학생 한명이 전화를 한 거예요. 힘든 일이 있는데 제가 생각이 났대요. 그 학생이 저를 그 정도로 가깝게 생각해준다는 게 고마웠어요. 아침마다 학생들과 면담을 하는 것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제가 해결해줄 순 없겠지만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스승은 진실 된 멘토가 되어 줄 수 있고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인생의 선배, 또는 친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과학은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하는 류충민 교수. 그가 과학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당근 버리기’이다. 당근 버리기는 흔히 사용하는 ‘당근이지!’라는 말을 과학을 하는 곳에서 만큼은 버리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잖아요. 봄이 왔으니 꽃이 피고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과학자라면 이런 현상을 당연시하는 것을 없애야 합니다. 과학자가 되는 과정에서 당연하지 라고 치부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군가 그것을 의심해 봤을 때 식물학이 나오고 천문학이 나오고 했던 거죠.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들도 당연시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요. 그걸 버리지 않는다면 진정한 과학자가 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류충민 교수가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의 담당교수는 장문의 편지를 써줬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 중 ‘최고(Best)의 과학자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True)과학자가 되기는 어렵다. 진정한 과학자가 되라’던 마지막 문장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그가 과학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 앞으로 최고보다는 진정한 과학자로서의 삶을 완성해나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류충민 교수. 아직은 진정한 과학자가 무엇인지 확고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것이 옳은 길인지는 알 것 같다며 웃는다. 자신만의 목표를 확고히 하며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내일의 따뜻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그가 차근차근 완성시켜나갈 이 시대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